사랑하는 209♥ by Clare


출근하니까 책상엔 작년 재작년 아이들의 편지와 선물이 아주 약간 올려져있었고 ㅋㅋ
그리고 "8시에 교실로 오세요"라는 포스트잇이 붙어있긴 했는데
막상 8시가 되었을 때 나는 이런저런 서류 수합하느라 정신이 없었던데다가
애들이 쪽지만 두고 데리러 안오니까 또 가기가 좀 뭐해서 이래저래 교실엔 8시 5분쯤 들어간 거 같다.
그랬더니 저 길었던 초는 5cm정도로 줄어있었을 뿐이고 ㅋㅋ

이 와중에 센스 있는 우리반 아이들은 들어가자마자 스승의 은혜를 부르는 대신
BGM으로 페퍼톤스의 "행운을 빌어요"를 틀어놨다.

난 짧아진 촛불이 너무 웃겨서 한참 웃다가 뒤늦게 음악의 존재를 깨닫고
이거 누가 선곡했냐며 너넨 정말 센스있다고 폭풍칭찬을 날렸고.

그리고 저 칠판.
칠판 한가운데 있는 메시지엔"반장 책상을 보세요" 써있었던 거 같다.
반장 책상에 갔더니 붙어있던 포스트잇엔 "교실 뒤쪽 칠판의 칠판지우개를 들어보세요"
가서 들었더니 또다시 쪽지. "기자재함을 열어보세요"
그리고 그 안엔 우리반 아이들의 선물이 들어있었다.

선물을 받고 몹시 좋아라하며 교탁 앞에 서서 고맙다는 말을 하려고 펩톤 음악을 껐더니
그 때부터 평소에 그렇게 답이 없는 우리 반 아이들의 목소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커다랗게 스승의 은혜를 합창해주었다.

평소 8시 30분에 수업시작인데 이 날은 스승의 날 기념으로 좀 빨리 끝내려고 8시 10분에 1교시를 시작해서
아침 조회시간이 너-무 짧았던데다가
이 아이들의 센스있는 스승의 날 준비에 자꾸만 웃음이 나와서
고맙다는 말도 후다닥 하고 다 같이 단체사진 찍고 마무리.


얘네를 2년째 가르쳐서 그런건가 이 아이들은 나의 취향을 너무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다.

한 명 한 명 편지를 다 써주었고.
칠판의 멘트도 살펴보면 깨알같이 내 취향을 반영한 멘트들이 가득.
심지어 음악은 페퍼톤스.
그리고 선물 ㅋㅋ 무려 샤넬 르베르니 네일 2개 + 헤어밴드.

헤어밴드도 예뻤는데 일단 르베르니를 보고 너무 맘에 든 나머지
집중적으로 칭찬했더니 저녁에 애들이 카톡을 보냈다.

"선생님 헤어밴드는 맘에 안드시는거에요? 그거 막상 해보면 예뻐요 ㅠㅠ"

아 이런 귀요미들이 우리반이라니 ㅋㅋ




지금이 교직 6년째.
그리고 담임은 5년째 하고 있는데.

지금 이 아이들은 2009년 1-8 아이들에 이어서 또다시 정말 정말 예쁘다는 생각이 드는 아이들인데다가
올해가 이 학교에서 마지막해를 보내고 있어서 그런지
우리 반 아이들이 난 정말 좋고 사랑스럽다.

하루하루 추억이 쌓여가는 시간이 소중하면서도
1년이라는 시간이 언젠간 끝나 헤어질 시간도 올 거라는게 벌써부터 아쉽다.

내가 하루하루 이런 기분으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우리 209 girls -

너희들도 나같은 기분이었음 좋겠어.

그리고 남은 시간에도 우리,

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에너지를 나누어주는 사이이길.
하루하루 함께 하는 시간이 소중한 사이이길.
남은 시간이 줄어드는 게 아쉬운 사이이길.

그래서 오랜 시간이 지나 문득 고등학교 2학년 시절을 생각했을 때
그 때 우린 정말 반짝거리는 존재였어 - 라는 생각이 들길 :D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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